
여행을 즐기기엔 너무 피곤한 나에게 – 강철 체력을 다짐하게 된 어느 날
최근 다녀온 여행에서 다시금 깨달았다.
‘내가 좋아하는 여행을 오래도록 즐기기 위해선, 결국 몸이 먼저여야 한다.’
강릉의 정동진 해변길을 따라 걸었을 때였다.
바다를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는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곳이지만, 그날따라 평소보다 더 힘들게 느껴졌다.
감기도 완전히 낫지 않았고, 몸이 자주 피곤함을 호소하고 있었던 터라 멋진 풍경 앞에서도 자꾸만 쉬고 싶었다.
사실 몇 달 전부터 몸 상태는 예사롭지 않았다.
한동안 잠잠했던 이갈이가 다시 심해졌고, 아침마다 턱은 얼얼했다. 혀에는 치아 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밤사이 이갈이를 심하게 하는 탓이었다.
스트레스가 원인이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말처럼 쉽게 해결되는 건 아니었다.
몸이 지치니 마음도 금세 가라앉았다.
하루 종일 피로를 등에 얹고 다니는 기분이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의욕도 사라졌다.
문제는, 그런 상태에서도 해야 할 일은 컴퓨터 앞에서 계속된다는 점. 눈은 건조하고, 목은 뻐근하고, 머리까지 지끈거리는 악순환이었다.
그 와중에도 몸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뭐든 해보려 했다.
걷기는 여전히 꾸준히 하고 있었고, 여행지에서는 가능한 한 많이 걸어 다녔다.
예전에는 1시간만 걸어도 숨이 차던 내가, 지금은 여수 오동도부터 향일암까지 코스를 무난히 소화하는 걸 보면 그나마 다행이라 여겼다.
하지만 여전히 체력은 부족했다. 여행지의 계단이나 언덕길 앞에선 숨을 고르게 됐고, 다음날이면 금세 피곤이 몰려왔다.
그럴수록 더 간절해졌다.
‘강철 같은 체력만 있었어도, 이 순간을 더 즐길 수 있을 텐데.’
걷고, 보고, 느끼는 순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을 텐데.
그래서 결심했다.
이제는 단순히 걷기에서 벗어나 근력운동과 체력관리까지 시작해야겠다고.
계단 오르기부터 시작해서, 엉덩이에 힘을 주고 자세를 바로잡아가는 것부터 해보려 한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쉬운 길만 찾다가는 언젠가 진짜 좋아하는 여행도 어렵게 느껴질 것 같았다.
사실 여행은 체력 싸움이다.
서울 북악스카이웨이, 남해 금산 보리암, 부산 감천문화마을… 어디든 걷고 또 걷는다.
내가 좋아하는 ‘느긋하게 걷는 여행’을 마음껏 누리기 위해서라도, 나는 지금 내 몸과 타협하지 않기로 했다.
피곤함이 얼굴에 그대로 묻어나고, 피부는 푸석푸석해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기운이 없다면 그건 단순한 일상의 문제가 아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기로 했다.
다음 여행에선, 조금 더 가벼운 발걸음으로.
더 멀리, 더 오래, 그리고 더 즐겁게.
그렇게 강철 체력을 향해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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